광고의 정치 경제학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사회화 제도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광고를 다루고 있다. 현재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연구 분야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인 문화 연구와 정치 경제학의 접합점을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광고로부터 찾고 있다. 즉 광고가 어떻게 현대 사회의 중요한 부분으로 부상하게 되었는지, 광고의 내부 메커니즘이 수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치 경제학적, 문화 인류학적, 정신 분석학적 토대에서 논의하고 있다.

이 책은 마르크스의 개념을 이용하여 현대 사회의 문화적 의미와 광고의 기호를 설명하고 있다.

제1장은 광고가 현대 사회의 중요한 사회화 기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광고의 사회적 역할과 영향에 대한 주요 시각을 살펴본 후 사물의 세계(그리고 광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물과 그의 사용, 사물의 체계와 그 교환 관계를 개념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결론 짓고 있다.

제2장에서는 마르크스의 상품의 물신주의 개념을 문화 인류학과 정신 분석학 이론을 동원, 보다 분명하게 정의하고 있다. 즉, 광고에 나타난 물신주의를 마르크스 이론에 충실하게 재해석했다. 상품의 물신주의와 광고의 상징주의 같은 문화적 영역을 마르크스의 고전적 정치 경제학의 개념 틀로 재해석한

제3장의 주요 내용은 상징주의의 정치 경제 부분이다. 상업 방송의 정치 경제적인 면과 광고의 형식과 내용이 물적 조건으로 구속받아, 광고 메시지로부터 수용자가 의미를 이탈시키는 것이 시청 시간의 교환 가치로 지배받게 되는 방식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제4장에서는 약호의 개념을 시간의 가치화에 따른 흐름으로 파악했으며, 제5장에서는 약호와 물신주의의 개념을 실증적으로 측정한 결과를 통해 약호와 물신주의가 텔레비전 광고에 나타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상품의 외양을 이루는 교환 가치가 어떻게 본질인 사용 가치를 지배하고 종속하는가를 보여 주고자 했다. 광고에 대한 관심이 넘쳐나는 요즘 광고의 사회 구조적 요인, 문화적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광고가 말하지 않는 광고의 숨은 이데올로기를 파악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 Sut Jhally, The Codes of Advertising: Fetishism and the political economy of meaning in the consumer society (St. Martin's Press, 1987).

광고 이해의 출발점

현대 사회에서 광고는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화 제도로 작용한다. 광고는 대중 매체의 내용을 구성하고, 성 정체성 gender identity 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고, 인간의 욕구를 생성시킨다. 또한, 광고는 정치 선거 전략에도 지배적이며, 최근에는 에너지 및 규제와 관련된 공공 정책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광고가 스포츠나 대중 음악 같은 우리 문화의 중요한 영역도 지배하게 되면서, 이제는 광고 자체가 우리 일상 생활에서 가장 즐겨 찾는 화젯거리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광고가 이토록 광범위하게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그 자신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지 않는 현실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물질적, 역사적 차원에서 볼 때, 광고는 물건을 판매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을 갖는다. 이렇듯 현대 사회에서 광고는 사물을 통한, 사물에 관한 담론으로서 부상하게 되었다. 이런 시각에서 광고 분석이 행해져야 한다.

더욱이 광고의 담론은 실제는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것처럼 나타나는 인간과 사물 간의 관계에 연루되어 있다.인간과 사물의 관계는 표면적이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실로 인간 존재에 절대적인 것이다. 모든 사회는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었다. 종으로서의 인간은 주변에 산재한 물질을 전유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은 자연이 허락한 음식을 먹고, 자연물을 이용하여 집을 지으며, 또 옷을 만들며 살아 왔다. 이러한 인간과 사물의 관계는 물상화 objectification 로 표현된다. 즉,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생활을 구체적 세계의 물질성으로 물상화 시켜 가고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을 끊임없이 취하면서, 우리 스스로의 행동에 의해 이것들을 일상적 존재의 일부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허버트 마르쿠제 Herbert Marcuse(1972b)는 이런 물상화 과정이 인간 경험의 작은 일부분만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고 보다 깊고 근원적인 것이라고 보았다. 사실 물상화는 사물을 통해 인간의 필요를 매개해 가는 과정으로서, 인간의 독특한 체험이라 부를 수 있는 매우 근원적인 것이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사르트르는 "변증법적 성찰의 중요한 발견은 사물이 인간에 의해 '매개'되는 것과 똑같이 인간도 사물에 의해 '매개'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Sartre, 1976: 79). 사물이 인간에 의해 매개된다는 것(인간이 없으면 사물은 그 자체로 존재할지 모르나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과 그래서 사물은 인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자명하게 들리겠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도 사물을 필요로 한다. 역사적, 인류학적 자료가 보여 주듯이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물과 긴밀한 상호 작용을 맺는다. 사물을 도구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결정적으로 인류가 진보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이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물의 의미 The Meaning of Things 라는 책의 저자들은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 나 호모 루덴스 homo ludens 가 아니라 호모 화버 homo faber, 즉 사물의 창조자이며 이용자이고 인간의 자아는 그가 상호 작용하는 사물의 반영이다"라고 쓰고 있다(Csikszentmihalyi & Rochberg-Halton, 1981: 1). 이런 의미에서 사물에 관한 담론으로서의 광고는 인간 행위의 근본 측면을 다루고 있다. 이것이 광고의 사회적 역할을 분석하는 출발점이 된다.

* 이 글은 본문에서 발췌한 것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