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앙드레 바쟁André Bazin(1918~58)은 영화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평론가이자 영화 이론가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공동 창설자인 그는 영화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이 빛나는 글들을 썼으며, 특히 영화가 가진 현실 포착 능력에 대한 그의 믿음은 실질적으로 오늘날 영화 연구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또한 그는 트뤼포, 고다르, 로메르 등의 정신적 아버지로서 훗날 누벨 바그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불과 40세에 너무도 이른 죽음을 맞기까지 그가 남긴 글들은 사후에 그의 친구, 동료들에 의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저서로는 《영화란 무엇인가?Qu'est-ce que le cinéma?》, 《오슨 웰스Orson Welles》, 《잔혹성의 영화Le cinéma de la cruauté》, 《장 르느와르Jean Renoir》 등이 있다.
옮긴이
박지회는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파리3대학 영화학과에서 DEA학위를 받았다. 책으로는 《알랭 레네》(공저)가 있다.
방혜진은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학과를 나왔다. 책으로는 《칼 드레이어》(공저), 《로베르토 로셀리니》(공저) 《장 마리 스트라우브ㅣ다니엘 위예》(공저)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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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최고의 평론가가 최고의 감독에 대해 쓴 최고의 영화 서적
영화 감독 장 르느와르의 영화사적 위치는 평론가들이 꼽는 세계 최고의 영화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10년 주기로 세계 10대 영화를 선정하는 영국의 권위 있는 영화 비평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에서는 장 르느와르의 영화 ＜게임의 규칙＞을 매번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과 함께 최고의 영화로 꼽고 있다.
영화사상 가장 직관적인 감독으로 불리는 장 르느와르는 비극도 아니고 희극도 아닌, 멜로드라마도 사회적 리얼리즘도 아닌 영화,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결합되어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또한 초기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이어지는 과도기에 뛰어난 음향 효과를 삽입하는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해 내었으며, 심도 화면, 롱테이크와 같은 미장센을 자유자재로 구가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뛰어난 영상 미학으로 인정받는 그의 이러한 스타일의 비약적인 변신이 당대의 비평가들과 관객들에게는 종종 비난과 외면을 받기도 하였다. 그것은 장 르느와르가 비평가와 관객의 찬사에 안주하지 않았고, 새로운 형식과 주제를 모색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 르느와르 영화의 진면목을 명민하게 파악해 낸 사람이 바로 뛰어난 영화 평론가이자 영화 이론가인 앙드레 바쟁이다. 이 책에서 바쟁은 장 르느와르가 몽타주를 넘어서서 영화 언어에 새로운 표현적인 잠재성을 부여한 인물임을 설득력 있게 입증한다. 바쟁은 자신의 탁월한 통찰력을 통해 세간의 편견과 아카데미즘적 평가를 털어버리고 오직 영화 자체에 직면하고자 고심한다. 그의 작품은 형식적인 독자성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동정심과 이해라는 세계관의 측면에서도 비평적인 주목을 받았는데, 그런 점에서 가장 ‘성숙한 영화 작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쟁은 이 책에서 장 르느와르의 영화(뿐만 아니라 그가 연출한 연극까지) 한편 한편에 대한 개별적인 비평을 통해 르느와르의 영화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개별 비평을 통하여 영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 책은 바쟁의 이른 죽음으로 미완에 그쳤지만 나중에 프랑수아 트뤼포를 비롯한 누벨 바그의 젊은 비평가에 의해 완성되었다.
이 책에는 앙드레 바쟁의 장 르느와르에 대한 탁월한 비평을 비롯하여, 장 르느와르의 회고록, ＜랑주 씨의 범죄＞, ＜위대한 환상＞, ＜게임의 규칙＞의 초기 시나리오와 함께, 장 뤽 고다르, 자크 리베트, 프랑수아 트뤼포, 에릭 로메르 등이 함께 작성한 장 르느와르의 필모그래피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특히, 앙드레 바쟁이 죽기 직전까지 영화를 보고 비평하기를 놓지 않았던 장 르느와르에 관한 모든 글들이 바쟁 스스로에 의해서 손질한 상태의 원고뿐만 아니라 손질하지 않은 조금은 거친 단평들도 ‘앙드레 바쟁의 노트에서’라는 언급을 통해 싣고 있다. 이 책의 편집은 프랑수아 트뤼포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바쟁과 르느와르에 대한 트뤼포의 애정 어린 참조 글은 미완성의 유고라는 이 책의 결핍을 메워 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는 영화사상 가장 중요한 영화 비평가이자 영화 이론가인 앙드레 바쟁이 영화 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장 르느와르에 대한 비평을 보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하여 가장 위대한 영화 비평을 만나게 될 것이다.
장 르느와르Jean Renoir(1894~1979)
장 르느와르는 1894년 파리에서 인상주의 화가인 오귀스트 르느와르의 아들로 태어났다. 프로방스 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1920년대에 감독 생활을 시작한다. 초기 작품 ＜카트린Catherine＞(1924), ＜물의 처녀La Fille de l’eau＞(1924), ＜나나Nana＞(1926)에는 그의 아내 카트린 에슬링이 주연했다. 르느와르는 다음 작품의 제작비를 벌기 위해 상업 영화 ＜마르키타Marquitta＞(1927), ＜아기에게 약 먹이기On Purge Bébé＞(1931)를 만든 후 ＜암캐La Chienne＞(1931)를 만든다. 이 영화들은 실제 몽마르트 거리에서 촬영하고 녹음했다.
르느와르는 1930년대 동안 자연광, 카메라 이동, 피사계 심도, 실제 로케이션 촬영, 실내와 외부의 조합 등으로 영화 모험을 시작한다. ＜보바리 부인Madame Bovary＞(1933)에서는 야외 촬영을, ＜토니Toni＞(1934)에서는 비전문 배우를 기용한다. ＜랑주 씨의 범죄Le Crime de Monsieur Lange＞(1935)는 노동 계층에 대한 연구와 정치성이 강화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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