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슬라보예 지젝 Slavoj Žižek 은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 대학교 사회과학 연구소 선임 연구원이다. 그는 라캉의 정신 분석학과 헤겔의 관념 철학, 대중 문화론, 미학, 정치 이론을 자유 자재로 결합하면서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펴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주간지 ＜믈라디나 Mladina＞의 정치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영어로 소개된 그의 저서로는 이 책 외에도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 The Sublime Object of Ideology>>(1989), <<삐딱하게 보기: 대중 문화를 통한 라캉의 이해 Looking Awry: An Introduction to Jacques Lacan through Popular Culture>>(1991), <<부정태와 함께 체재하기: 칸트, 헤겔, 그리고 이데올로기 비판 Tarrying with the Negative: Kant, Hegel, and the Critique of Ideology>>(1993), <<나누어질 수 없는 잔여: 셸링과 제 문제에 대한 에세이 The Indivisible Remainder: An Essay on Schelling and Related Matters>>(1996) 등이 있고, 편저로는 <<당신이 라캉에 관하여 항상 알고 싶어했던 모든 것(그러나 히치콕에게 묻기를 두려워했던 것) Everything You Always Wanted to Know about Lacan(But Were Afraid to Ask Hitchcock)>>(1992), <<사랑의 대상들로서의 응시와 목소리 Gaze and Voice as Love Objects>> (1996) 등이 있다.
옮긴이 주은우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캔사스주립대학교 객원연구원으로 있다. 논문으로는 ＜영화와 이데올로기,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와 포스트모더니즘＞, ＜1990년대 한국의 신세대와 소비 문화＞, ＜근대적 시각과 주체＞ 등이 있고, <<스타 – 이미지와 기호>> 장 보드리야르의 <<아메리카>>를 번역했다
책 소개
라캉을 통해 본 현대 대중 문화 이 책은 슬로베니아 출신의 사회 이론가로서 라캉의 정신 분석학적 개념들을 정교화시키고 사회 문화적 현상을 검토하면서 그것들을 검증하는 시도를 계속해 온 슬라보예 지젝의 1992년 저작이다.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할리우드는 좁은 의미의 할리우드라기보다 현대 대중 문화를 집약하는 의미에서의 할리우드이다. 할리우드라는 대중 문화의 장은 지젝 자신이 이 책의 서론에서 이야기하듯이 라캉의 다섯 가지 개념 또는 이론적 복합체들이 전개되는 헤겔적 의미에서의 '현상학'의 장이 된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난해한 라캉의 이론을, 특히 우리가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후기 라캉의 이론을 대중 문화의 친숙한 작품들을 통해 다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것이며, 고전 철학의 여러 개념들이 새롭게 조명되는 기쁨도 얻을 것이다. 특히 히치콕 영화들에서 나온 예들이나 네드 보몽에서 필립 말로, 심지어 ＜트윈 픽스＞에 등장했던 데이비드 린치의 분신 데일 쿠퍼에 이르기까지 하드보일드와 느와르의 주인공들을 접할 때, 또 바그너의 웅장한 오페라의 세계를 접할 때는 또 다른 책 읽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책 읽기 속에서 대중 문화 속으로 라캉을 끌어들이고 고전 철학을 재조명하는 지젝의 솜씨는 놀라움을 더하게 한다. 더구나 지젝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푸코와 라캉, 하버마스와 라캉을 대비시키면서 최근의 철학적 논쟁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대중 문화에서 가져온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라캉의 이론을 검토하면서도 이 사례들을 보다 더 라캉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이 작업을 위해 지젝은 유명한 라캉의 다섯 가지 개념들 또는 이론적 복합체들인 '편지,' '여자,' '반복,' '남근,' '아버지'를 다양한 예들을 통해 설명하고 독자적인 시각에서 정교화한다.
1장에서는 "편지는 항상 그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라캉의 수수께끼 같은 명제가 채플린과 히치콕의 영화들 속에서 펼쳐진다.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더불어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선 라캉의 남근 중심주의를 표현하는 것으로서 악명 높은 "여자는 남자의 징후이다"라는 명제의 의미가 2장에서 로셀리니의 영화들을 중심으로 해명되고 거기에 대한 수많은 오해와 억척들이 논파된다. 이 책의 3장은 대단히 철학적이다. '소피의 선택'에서 예화되는 '강요된 선택'에 의해 롤스류의 분배적 정의 개념과 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속의 갈라진 틈이 벌어지고, 키에르케고르와 독일 관념 철학의 검토를 통해 동일성과 권위의 역설적 구조가 해명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정신 분석학이 이해하는 역사와 시간관에 결정적인 '반복' 개념이 자세하게 개진되고 있다.
4장에서는 가스통 르루의 소설에서 최근의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이어지면서 우리에게 친숙해진 ＜오페라의 유령＞ 및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로 유명해진 '코끼리 인간'을 경유하여 '남근' 개념이 검토되는데, 이제 남근은 전능한 힘을 발휘하는 텅 빈 기표라는 이면에 어머니의 욕망이 투자 invest 되고 항문적 - 외설적 아버지가 현현하는 현실의 찌푸림으로서 새로운 조명을 받는다. 항문적 - 외설적 아버지라는 범주는 5장으로 넘어가는 가교이다. 필름 느와르와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을 통해 희열을 모르는 죽은 아버지, 자신이 죽었음을 모르는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의 바로 그 이면이 즐기는 아버지, 알고 있는 아버지, 항문적 - 외설적 아버지라는 점을 밝힘으로써 지젝은 상징적 현실의 외면적 공고함이 사실은 대단히 불안정한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것은 균열과 적대의 은폐 위에 현실을 구축하고, 현실의 일관성을 버텨 주는 판타지의 바로 뒤에 있는 것은 '무'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가리고 억압하는 과정에서 계몽주의가 얼마나 많은 것을 대가로 치러 왔는가 하는 데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탈현대적 이데올로기 비판 작업의 윤곽을 그리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 Slavoj Zizek, Enjoy your symptom!: Jacques Lacan in Hollywood and out(Routledge, 1992).
차례
1. 왜 편지는 항상 그 목적지에 도착하는가? [1] 죽음과 승화: ＜시티 라이트＞의 마지막 장면 [2]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2. 왜 여자는 남자의 징후인가? [1] 왜 자살은 유일한 성공적인 행위인가? [2] '세계의 밤'
3. 왜 모든 행위는 반복인가? [1] '분배적 정의'를 넘어서 [2] 동일성과 권위
4. 왜 남근은 나타나는가? [1] 실재계의 찡그림 [2] 항문적 아버지의 남근적 현현
5. 왜 항상 두 명의 아버지들이 존재하는가? [1] 느와르의 기원에서: 모욕당한 아버지 [2] 거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