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제임스 모나코 James Monaco는 미국의 영화 비평가로 196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등장한 '뉴 시네마'에 대한 뛰어난 비평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뉴욕의 뉴 스쿨의 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는 영화 데이터베이스인 베이스라인사의 대표로 있다. 이 책 외에도 <<영화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How To Read A Film>>(1978), <<미국 영화의 현재 American Cinema Now>>(1979), <<알랭 레네 Alain Resnais>>(1979) 등이 있다.
옮긴이 주은우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캔사스주립대학교 객원연구원으로 있다. 논문으로는 ＜영화와 이데올로기,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와 포스트모더니즘＞, ＜1990년대 한국의 신세대와 소비 문화＞, ＜근대적 시각과 주체＞ 등이 있고, <<스타 – 이미지와 기호>> 장 보드리야르의 <<아메리카>>를 번역했다
책 소개
트뤼포 , 고다르, 샤브롤, 로메르, 리베트 뉴 웨이브를 대표하는 다섯 감독들 -- 트뤼포, 고다르, 샤브롤, 로메르, 리베트 -- 의 작품 세계를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느 감독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영화를 포함한 프랑스 문화 및 지식인 사회가 이들에게 어떻게 자양분을 제공했는가를 실감나게 드러내 준다는 점이 이 책을 빼어난 것으로 만든다. 뉴 웨이브의 세계는 단순히 당대, 즉 1950년대 프랑스의 문화적 지형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물론 할리우드 '작가'들(특히, 하워드 혹스와 히치콕에 대한)에 대한 광적인 편애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문화, 미술, 그리고 음악을 포함한 보다 넓은 문맥에서의 프랑스의 지적 교양과 깊은 관계를 맺는다. 모나코는 이러한 점들을 정확하게 짚어 내면서 이것이 그들 영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밝히고 있다. 그 결과로 드러나는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 등장한 모더니즘 운동의 영화적 계보도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출간된 지 상당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 책을 프랑스 뉴 웨이브 '영화 지식인 집단'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독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뉴 웨이브(누벨 바그)
1954년 22세의 평론가 프랑수아 트뤼포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이라는 글을 발표해 프랑스 영화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그는 도발적인 필치로 그 때까지 프랑스 영화를 대표해 온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를 공격했다. 르네 클레망, 줄리앙 뒤비비에, 마르셀 카르네 같은 감독과 피에르 보스트, 장 오랑쉬 등의 시나리오 작가들이 프랑스 영화에 악영향을 끼친 인물로 지목되었다. 그에 따르면 그 때까지의 프랑스 영화는 소위 '심리학적 리얼리즘'에 입각하여 문학적으로 향기 높은 원작, 혹은 소재를 영화란 매체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는 오류를 범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경향을 '질質의 전통'이라 칭하면서 그러면 진정한 영화 작가 auteur 는 누구이며, 그것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카이에의 후배 평론가인 세르쥬 투비아나는 1994년에 발표한 다큐멘터리 영화 ＜프랑수아 트뤼포: 도둑 맞은 초상＞에서 이 글 자체가 트뤼포의 과도한 '명예욕'의 산물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심리학이 이 글의 역사적 유효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절대적 기준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 글은 당시의 젊은 영화광들의 집단적 불만의 표출로 읽혀져야 할 것이다.)
영화사를 이해한 최초의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젊은 영화광들은 이윽고 1950년대 후반 클로드 샤브롤을 필두로 일제히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다. 그 때까지의 프랑스 주류 영화에 대한 이들의 맹렬한 비판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들의 영화는 새로운 감수성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전통적인 내레이션의 타파, 그리고 점프 컷 등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시공간의 감각은 놀라운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들이 기존의 감독 데뷔 코스인 현장 수업을 거의 받지 않은, 글쓰기를 주로 해 온 비평가라는 사실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상당한 시간의 장인적 수련을 쌓아야만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통념을 이들은 보기 좋게 엎어 버린 것이다. 평자의 말마따나 이들은 '영화는 아무나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애초에 이들을 다소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던 프랑스 영화 업계가 ＜400번의 구타＞와 ＜네 멋대로 해라＞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흥행 성공을 거두자 너도 나도 '영화를 좀 안다는 젊은이들'을 찾아 나서는 소동을 벌였다는 것은 유명한 에피소드이다.
저널리즘에 의해 곧 누벨 바그(뉴 웨이브)로 이름 붙여진 이 젊은이들이 던져 준 충격은 이윽고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로 확산되면서 뉴 웨이브란 말 자체를 보통 명사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1960년대, 1970년대에 전세계에서 쏟아져 나온 모더니즘 영화들치고 이들의 영향권 밖에 있는 영화들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서 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등의 뉴 아메리칸 시네마, 베르톨루치, 파스빈더 등 유럽의 아트 필름에서 남미의 정치 영화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영화는 1980년대 이후 월드 시네마에 있어 마르지 않는 영감을 제공해 주었다.
제임스 모나코의 이 책은 '영화사의 기적'을 충실히 기록하고 있다. 5인의 감독들의 작품 세계를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느 감독론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영화를 포함한 프랑스 문화 및 지식인 사회가 이들에게 어떻게 자양분을 제공했는가를 실감나게 드러내 준다는 점이 이 책을 빼어난 것으로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