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토마스 샤츠 Thomas Schatz 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연구의 권위자로 현재 텍사스 대학(오스틴 소재) 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프레미어>, <시네아스트>, <와이드 앵글> 등 영화 전문지에 많은 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는 <<올드 할리우드 / 뉴 할리우드 Old Hollywood / New Hollywood>>(1983), <<시스템의 천재성 The Genius of the System>>(1988) 등이 있다.
옮긴이 한창호는 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허문영은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씨네 21> 취재팀장으로 있다.
책 소개
할리우드 영화 이해의 출발점, 장르 한국의 영화 관객들에게 (그리고 꽤 많은 영화 평론가들에게까지도) 장르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주제다. 그러나 장르를 모르고서 현대 미국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문화 양식이라도 그것의 역사와 관습을 이해하는 것은 그 양식의 이해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장르의 중요성은 할리우드 영화가 장르적 전통을 통해 산업적, 미학적으로 발전되어 왔다는 점에 있다. 우리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영화적 담론의 불행은 장르적 전통에 대한 통찰 없이 그 전통 위에 서 있는 영화를 읽어 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할리우드의 고전기라 불리는 1920년대에서부터 196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가 만들어 낸 대다수의 영화는 장르 영화였다. 영화를 궁극적으로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가 장르 영화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상업적 안정성 때문이다. 하나의 영화 장르는 관객이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나 있는 영화적 관습의 체계다. 장르 영화를 제작함으로써 영화 제작자는 일정한 수 이상의 관객 동원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비슷한 무대와 공간, 장비, 소품 등을 계속 사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할리우드 영화의 경이로운 점은 이 같은 상업적 고려에 의해 탄생한 장르를 통해 20세기 대중 예술의 가장 위대한 성취 가운데 하나를 이룩했다는 점일 것이다. 세계 영화의 거장 반열에 당당히 올라 있는 존 포드, 오슨 웰스, 하워드 혹스 등의 감독들은 다름아닌 장르 영화를 통해 세계의 대중들과 비평가들을 끊임없이 매혹시켜 왔다. 장르가 산업적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주요한 미학적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전기의 주류 장르들(웨스턴, 갱스터, 뮤지컬 등)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처럼 보이는 오늘의 할리우드 영화에도 장르적인 요소는 여전히 의미 심장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장르 영화를 통해 형성된 영화적 경험(혹은 영화적 교양)이 오늘의 영화 작가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적 경험을 작품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은 이제 영화 비평의 주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고전기 할리우드의 세계적 지배력을 상기한다면 이 같은 점은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많은 감독들에게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은 인생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으므로 결국 지금까지 본 영화들을 베낄 수밖에 없다고 시인한 적이 있는 장 뤽 고다르가 ＜ 네 멋대로 해라 ＞를 ＜ 스카페이스＞ 등의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에 의존해 만들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요컨대, 영화 장르는 고전기 할리우드 영화는 물론 영화라는 대중 예술의 본질에 다가가는 데 필수 불가결한 개념인 것이다.
이 책의 중심 주제는 장르 어프로치가 할리우드 영화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미 오래 전부터 영화 장르는 주요한 비평의 주제로 취급되어 왔지만 이전의 장르 연구들은 대개 영화 장르를 개별적이고 고립된 텍스트로 다루어 왔다. 저자의 장르 어프로치는 영화 제작을 영화 산업과 관객과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으로 다룸으로써 '장르적인 것'의 총체적 탐구를 시도하고 있다. 여기서 장르 영화는 하나의 문화적 의식儀式으로 드러난다.
장르는 왜 그리고 어떻게 형성됐으며 오랜 세월 동안 장르 영화가 동시대의 대중들과 내밀한 소통을 이룬 기제는 무엇인가? 또한 장르 영화는 어떤 변모 과정을 겪었으며 장르라는 한정된 표현 영역 안에서 작업한 할리우드 감독들이 탁월한 미학적 성취를 이룩한 것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영화 미학뿐만 아니라 문학, 언어학, 인류학 등의 연구 성과를 광범하게 원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롤랑 바르트의 신화론을 장르 분석의 주요한 도구로 빌려 온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장르 영화가 일종의 세속화된 신화로 기능하고 있음을 밝혀 낸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는 장르 영화 제작의 본질적 성격과 문화적 역할이란 일반론을 통해 이론적 접근을 시도했다. 제2부는 웨스턴, 갱스터 등 6개 할리우드 주류 장르의 개별적 탐구를 통해 각 장르의 역사적 고찰과 이 장르의 진화 과정을 분석한다. 여기선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할리우드의 주요 장르 작가들과 감독의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진다.
이 책이 영화 장르의 총체적 이해에 대단히 유용한 책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고전기의 주요 영화 작가들과 작품들에 대한 개별적 이해에도 큰 도움을 준다. 말하자면 하나의 장르 영화(혹은 작가)를 다루더라도 그것의 사회 문화적 의미와 기능뿐만 아니라 영화 미학적 성취에 대해서도 면밀히 고찰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차례
제1부
제1장 시스템의 천재성 제2장 영화 장르와 장르 영화
제2부
제3장 웨스턴 제4장 갱스터 영화 제5장 하드보일드 탐정 영화 제6장 스크루볼 코미디 제7장 뮤지컬 제8장 가족 멜로드라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