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영화의 20세기 영화는 여러 재현 매체 가운데서도 가장 20세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대중 사회의 본격적인 도래와 동시에 태어났던 이 매체는 대중들에게 꿈을 심어 주는 역할 이상으로 동시대의 '집단적인 삶'과 깊은 연계를 맺어 왔다. 그리하여 민족 문제, 계급 문제 등 금세기의 중요한 모순들은 영화에서 그 적나라한 표현을 얻어 냈던 것이다.
＜필름 컬처 5＞의 특집은 20세기의 끝자락에 서 있는 우리가 영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를 주제로 삼고 있다. 도시, 민족, 시네필, 텔레비전 등 20세기적인 다양한 '사건들'과 영화의 관계에 대해 고찰한 이번 호 특집의 글들은 대체로 금세기에 있어 영화의 위상을 밝혀 줌과 동시에 다음 세기에는 그것이 어떻게 변화할지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영화 이미지의 쇠퇴'가 날로 가속화하는 현 시점은 미래에 대해 명쾌한 비전을 갖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적 암중 모색'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영화에 대해 우리가 짊어져야 할 중요한 책무다.
도시와 영화, 그리고 현대성(주은우) 영화는 탄생 초기부터 도시적인 삶과 깊은 연관을 맺어 왔다. 이 글은 영화 매체의 형식적, 기술적 특징들이 도시적 삶과 얼마나 깊게 밀착되어 있는가를 흥미롭게 보여 준다. 그리하여 19세기 중반 이후 서구에서 형성된 대도시들은 유동화한 시각의 공간을 형성함으로써 영화의 존재론적 모태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민족, 국가, 그리고 영화(홍성남) 영화라는 현대적 매체는 그 출발부터 현대 세계의 중요한 문화 단위인 민족, 국가의 경계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따라서 19세기에 출판 매체가 민족적 정체성의 확보에 기여했다면 20세기의 초반에는 영화가 이 역할을 이어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 글은 민족적 재현, 파시즘의 위기 상황, 식민주의 등의 민족(국가)적 이슈와 영화의 상호 관계를 살펴본다.
엘리아 카잔과 할리우드의 동쪽(김성욱) 엘리아 카잔 감독은 ＜워터프론트＞, ＜에덴의 동쪽＞ 등 미국 영화의 걸작을 만들어 온 위대한 감독으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매카시즘이 활개치던 시기에 동료들을 고발한 추악한 과거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런 사실로 인해 그가 올해 아카데미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뜨거운 찬반 양론을 불러일으켰던 일종의 '스캔들'이었다. 이 글은 아카데미와 할리우드, 미국의 정치가 서로 얽혀드는 복잡한 관계가 카잔이라는 한 개인을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보여 준다.
시네필과 영화의 운명(김성태) 이제는 고사 직전에 있다고 이야기되는 '시네필'이라는 집단은 영화를 하나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해 주었다. 영화는 다만 대중의 기호품이라는 것이 시네필 이전의 인식이었다면, 시네필은 이 생각을 교정해 영화는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이 글은 영화와 함께 싸워 오고 죽어 가는 시네필의 운명을 기술하면서 지금 한국에서 시네필이란 이름이 유효한지를 질문한다.
새로운 미디어 스케이프 속에서의 영화와 텔레비전(원용진) 텔레비전이 영화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가정 뒤에는, 새로운 매체가 선발 매체를 대체하면서 사회 변화를 추동한다는 매체 결정론적 사고가 숨어 있다. 여기에 대해 이 글은 매체와 사회가 같이 바뀌어 간다는 공진화론供進化論이 텔레비전과 영화가 서로 영향을 받으며 공존하는 현재의 미디어 상황을 설명하는 데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텔레비전과 영화가 서로 어떤 관계 설정 아래 모습을 바꾸어 갈 것인지를 전망한다.
노동 계급과 영국 영화(김혜리) 노동 대중을 시야의 중심에 놓은 리얼리즘 영화 전통은 영국 영화의 창의력과 산업적 자생력에 부활의 숨결을 불어넣은 영양소였다. 사회적 리얼리즘에 기초한 영국 영화들의 계급 의식과 미학은 혁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이 글은 영국 영화사에 본격적으로 사회적 리얼리즘 미학을 새겨 넣은 영국 뉴 웨이브의 내력과 최근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영국의 '하층민 영화'들에 대해 살펴본다.
<군사 테크놀로지와 영상(폴 비릴리오) 현대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디어 이론가로 꼽히는 폴 비릴리오가 쓴 글. 20세기의 군사 테크놀로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비릴리오는 20세기 군사 전략의 변화를 다른 재현 매체의 발전과 연관시켜 설명한다. 군사 보도물과 네오리얼리즘의 관계에 대한 설명처럼 통상의 영화사가들이 쉽사리 지적해 내기 어려운 독창적인 논의가 돋보인다.
차례
특집: 영화의 20세기
도시와 영화, 그리고 현대성(주은우) 민족, 국가, 그리고 영화(홍성남) 엘리아 카잔과 할리우드의 동쪽(김성욱) 시네필과 영화의 운명(김성태) 새로운 미디어 스케이프 속에서의 영화와 텔레비전(원용진) 노동 계급과 영국 영화(김혜리) 군사 테크놀로지와 영상(폴 비릴리오) 20세기의 '외침과 속삭임' -- 고다르의 ＜영화사＞ 시리즈(임재철) 트리뷰트: 히치콕의 탄생과 영화의 죽음(김성욱) 인터뷰: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제 리포트: 도전의 부재, 섹스의 과잉 -- 제56회 베니스 영화제(한창호) 비평: 종말을 향한 질주? -- 할리우드의 여름 영화(김의찬) 비평: 단편 영화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홍성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