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국 영화의 현재 한국의 1990년대는 '영화의 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영화에 대한 과도한 열기로 휩싸인 시대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무엇보다 영화 산업의 중요성 쪽으로만 과도하게 무게 중심이 주어진 시기였다는 것이다. 할리우드를 흉내낸 영화 상품들의 포장술은 날로 세련되어 갔지만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심화한 고민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현 시점은 그런 모습을 띠었던 한국 영화의 1990년대가 우리에게 안겨 준 것이 과연 무엇이었던가를 질문하게 만든다. ＜필름 컬처＞ 4호의 특집은 한국 영화의 1990년대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기를 문제삼았다. 아울러 거기서 우리가 이어 나가야 할 것은 무엇이며 현재의 오류들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탐색한다.
1990년대 한국 영화의 지형도(이효인) 한국 영화의 1990년대는 무엇보다도 그 비판 의식 없는 생산주의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압박과 소비의 매력에 매몰되어 가면서 사회를 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는 것이다. 1990년대 한국 영화를 '깡패 영화? 멜로드라마, 사회성 영화, 개인성 영화 등 네 개의 큰 흐름으로 정리하면서 몇몇 사회성 영화 그리고 개인성 영화에서 보여지는 퇴행적인 측면에서 그나마 1990년대 한국 영화의 유일한 창조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왜 폭력인가: 깡패 영화의 의미 분석(곽한주) 1990년대 중반 깡패 영화는 거의 독자적인 장르를 구성했다고 할만큼 위세를 떨쳤지만 97년을 경계로 급격히 쇠퇴해 버렸다. 이 글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깡패영화의 성쇠가 긴밀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깡패영화는 그 적나라한 폭력의 묘사를 통해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 및 날로 엄격해지는 사회적 통제로 인한 남성들의 무력감을 표출하면서도 내러티브상으로는 지배 체제를 재통합함으로써 자신의 잠재적 전복성을 무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매혹과 욕망 사이에서: 한국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박현선) 1990년대 들어 한국 영화는 공포 영화,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함에 따라 테크놀로지의 활용도 눈에 띠게 늘어났다. 특히 그것은 영화적 스펙터클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영화의 흥행성을 높여 주는 것으로 판단된 것이다. ＜퇴마록＞ 같은 영화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이중적 욕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롱 테이크의 두 양상(오영숙) ＜아름다운 시절＞과 ＜강원도의 힘＞의 두 영화에서 롱 테이크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아름다운 시절＞의 롱 테이크는 감독의 뛰어난 구성 능력을 보여 줌에도 불구하고 그 폐쇄적인 구도 때문에 시적 충동에 의해 대상들을 윤색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강원도의 힘＞의 롱 테이크는 무언가 덜 채워진 듯한 중심 부재의 공간으로 현실에 깃든 아이러니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라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성숙한 시각으로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허무주의적인 면이 그의 한계라고 할 수있을 것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문화적 소통의 문제(권용민) ＜쉬리＞가 무려 6백 만의 관객을 동원한 것은 올해 한국 영화 최고의 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은 여러 가지 방향에서 제시되었지만 이데올로기적인 면에서의 비판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왜나하면 이 영화 자체가 '정치적 모호성'을 의도적으로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쉬리＞가 최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어떻게 차용하고 있는가를 분석하면서 결국 '쉬리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늘날의 미디어 상황에 대한 안목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텅 빈 시간에 대한 영화적 대응의 양상(홍성남) ＜강원도의 힘＞은 '일상'에 대한 집요한 관찰이라는 측면에서 흔히 이해된다. 이 글은 사실은 이 영화가 '일상으로부터의 벗어남'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지적하고 그리고 서구 영화에서 '휴가 영화'(자크 타티, 에릭 로메르의 작품들)라고 불릴 만한 영화들을 이 영화와 비교한다. 홍상수 감독의 이 영화는 그 시간 의식에 있어서 '통제적인 의지'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영화 문화의 '불관용'에 대해(임재철) 1990년대의 한국 영화를 움직인 주요한 흐름들을 살펴보면서 창조적인 흐름의 부재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를 탐색한다.
차례
특집: 한국 영화의 현재
1990년대 한국 영화의 지형도(이효인) 왜 폭력인가: 깡패 영화의 의미 분석(곽한주) 매혹과 욕망 사이에서: 한국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박현선) 롱 테이크의 두 양상(오영숙)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문화적 소통의 문제(권용민) 텅 빈 시간에 대한 영화적 대응의 양상(홍성남) 영화 문화의 '불관용'에 대해(임재철) 프론트라인: 양덕창(박지연) 인터뷰: 켄 로치 영화제 리포트: 제52회 칸 영화제 작가 탐구: 로베르 브레송 리뷰: <이재수의 난>, <씬 레드 라인>,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 <셀레브레이션>, <우나기> <푸줏간 소년>, <노랑 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