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누벨 바그 이후 40년 올해는 1959년 프랑수와 트뤼포의 ＜4백번의 구타＞가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누벨 바그의 존재를 세계에 알린 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세계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게 될 이 새로운 물결이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 누벨 바그(뉴 웨이브)는 거의 보통 명사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상적인 표현이 되었다. 하지만 영화사에 국한해 보자면 그것의 중요성은 무엇보다도 '현대 영화'의 개화를 알렸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반 세기가 지나도록 자신을 이야기하기의 도구로만 믿었던, 그리하여 여전히 현대 예술로서는 드물게도 '유년기적 순수성'에 머물러 있던 영화가 이제 비로소 현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면서 모더니즘과 만나게 된 것이다. 본지의 이번 특집은 영화와 현대와의 만남이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누벨 바그의 다양한 양상들을 살펴보았다.
누벨 바그의 영화 비평 / 이영기 누벨 바그 감독들은 이미 알고 있다시피 모두 비평가로서 영화계에 입문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앙드레 바쟁과 앙리 랑글루아라는 두 스승의 지도 아래 프랑스 영화를 쇄신하려 과감하게 기성 영화계에 도전한다. 이 글은 1950년대 ＜카이에 뒤 시네마＞에 모였던 젊은 비평가들이 당시 영화계를 풍미하던 문학적인 '양질의 영화'의 전통에 맞서면서 자신들의 영화관을 확립하는 과정을 검토하고 있다.
미학으로서의 누벨 바그 / 홍성남 누벨 바그의 혁신은 결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냈다는 식의 '창조적인 기적'은 아니다. 이 글은 누벨 바그 그룹이 선행하는 전통과 관습을 재료로 이용하면서도 당시 프랑스 영화의 아카데믹한 경향에 대해 아주 유력한 대안을 제시했음을 보여 준다. 그들은 장 르느와르, 장 콕토 등의 프랑스 영화계 주변부에 있던 감독들 그리고 로셀리니를 비롯한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의 감독들을 '새로운 영화'의 가능성을 이미 구현한 인물들로 보았다. 그리하여 시나리오의 측면에서 그들은 감독의 역할이 보다 적극적이어야함을 주장했고 촬영에 있어서는 현장성 및 즉흥성을 옹호했다.
1950년대 프랑스 영화 산업과 누벨 바그 / 윤경진 이 글은 누벨 바그를 가능케 한 영화 산업 내의 요인은 무엇인가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1949년부터 프랑스 영화계에서는 기존의 스튜디오 시스템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게다가 1950년대 들어 촬영 기자재의 경량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로케이션 촬영이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이와 같은 요인들이 간접적인 요인이라면 보다 직접적인 요인들로는 젊은 감독들을 시스템 안에 받아들일 줄 알았던 모험적인 제작자들의 존재를 꼽을 수 있다. 이 글은 '누벨 바그'를 널리 알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세 명의 제작자들도 소개하고 있다.
누벨 바그 음악의 세 가지 풍경 / 한상준 누벨 바그의 영화인들은 미국 대중 문화, 특히 재즈에 열광했는데 그것은 단순히 미국 문화의 활력에 대한 매혹 이상의 것이었다. 이 글은 먼저 재즈와 누벨 바그가 우연성과 일회성에 대한 매혹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유사함을 지적한다. 이어서 구체적인 작품에 있어서 음악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를 ＜쥘과 짐＞, ＜비브르 사 비＞ 두 편의 영화를 분석하면서 보여 주고 있다.
로셀리니에 대한 편지 / 자크 리베트 비평가 시절의 자크 리베트가 1955년에 ＜카이에 뒤 시네마＞에 발표한 이 글은 누벨 바그 그룹의 비평적 입장을 잘 전해 주는 글이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어느 영국인 부부 사이의 갈등을 그린 로셀리니의 영화 ＜이탈리아 여행＞을 논평하는 이 글은 현대적인 삶에 있어서 '행동의 마비' 즉 사고와 행동 사이의 균열을 잘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가장 현대적인 영화"라고 단언하고 있다. 당시 누벨 바그 그룹들이 생각하고 있는 현대 영화가 어떤 것이었는가를 잘 보여 주는 이 글은 후대의 프랑스 비평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시간 이미지 / 질 들뢰즈 이 글은 들뢰즈의 ＜시네마 2＞에서 누벨 바그에 관련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들뢰즈는 누벨 바그가 네오 리얼리즘이 수행했던 것을 보다 확장시켰음을 지적한다. 즉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감각-운동적 관계의 이완으로부터 시청각적 상황의 부상이라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고다르와 리베트의 작품 세계를 비교하면서 시청각적 이미지의 관점에서 볼 때 객관과 주관의 차이는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차례
특집: 누벨 바그 이후 40년
누벨 바그의 영화 비평 / 이영기 미학으로서의 누벨 바그 / 홍성남 1950년대 프랑스 영화 산업과 누벨 바그 / 윤경진 누벨 바그 음악의 세 가지 풍경 / 한상준 로셀리니에 대한 편지 / 자크 리베트 시간 이미지 / 질 들뢰즈 프론트라인: 아노 데플레생 / 임재철 인터뷰: 후 샤오시엔 / 리 타이(인터뷰어) 논문: 롤랑 바르트와 영화 / 주은우 리뷰: ＜아름다운 시절＞, ＜스크림＞, ＜미술관 옆 동물원＞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