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총서 2

원제: Narrative as Performance: The Baundelairean Experiment

서사 이론과 연행
이 책은 이야기하기에 근본적으로 존재하는 물리적이고 개인적인 상호 작용의 특성에 주목함으로써 서사 이론에 새로운 차원을 부여한다. 즉, 서사(체)를 하나의 행위로서가 아닌 상호 행위와 실행으로 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제기하며 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이야기하기의 기대치와 의무는 무엇인가? 무엇이 이야기 안의 청중과 이야기의 청중을 조종하는가? 서술자와 피서술자의 권력 관계는 어떠한 것인가? 우리는 욕망과 결여의 작용을, 그리고 문화적 성과 배제의 작용을 어떻게 추적하는가? 화자, 작중 인물, 그리고 청중은 어떤 방식으로 서사 공간과 관계를 맺는가?

바흐친의 텍스트로부터 들뢰즈의 텍스트에 나타나는 다양한 목소리들의 개념에 관한 이론, 오스틴의 이론으로부터 펠만의 이론과 관계가 있는 화행 이론, 알레고리 이론, 욕망의 전략 이론, 미셸 세르의 엔트로피와 에너지 모델 이론 등 다양한 최근 이론들을 폭넓게 사용, 매클린은 언어학적 연행 이론과 연극적 연행 이론에 기대어 기존의 서사학에 수정을 가한다.

많은 이론서들이 추상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나 가설들을 실천적으로, 즉 면밀한 텍스트 분석을 통해서 다루고 있다. 보들레르의 간결하면서도 기품 있는 작품들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택해서 그러한 문제점들과 가설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작품을 검토할 경우에는 번번이 분석 대상 작품 전체를 인용한다. 따라서 독자의 능력과 연행은 작가의 능력과 연행과 협력할 수도 있고, 대립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이 추구하는 바는 연행의 이론이 아니라 연행중에 있는 이론이다.

1장에서는 연행 모델들에 관한 상세한 논의와 함께 연행의 일반적 원리에 관한 논의가 전개된다. 2장에서는 연행자로서 작가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각도에서 전개되고 있고, 3장에서는 연행을 일종의 서사적 계약 관계로 보고 화폐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언어 역시 돈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제목의 계약적 성격에 관한 논의는 신선한 논의로 여겨진다.

4장에서는 문화적 성의 문제를, 즉 페미니즘의 문제를 연행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주로 배제된 청중의 개념에 많은 관심을 쏟는다. 5장에서는 문학적 공간에 관한 기존의 논의를 정리하고 연행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한다. 공간을 지시적 공간, 가설적 공간, 구체적 공간 등으로, 또는 관객의 공간, 상상의 공간, 비유적 공간 등으로 재해석한다.

6장에서는 서사적 공간을 경쟁의 또는 경연의 공간으로 보고 카이요의 게임 이론을 연행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7장에서는 무의식적 욕망의 문제를, 즉 망상, 집착, 꿈, 또는 환상 등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8장에서는 들뢰즈의 이론과 세르의 정보 이론 그리고 알레고리에 관한 이론을 실천적으로 다룬다.

* Marie Maclean, Narrative as performance(Routledge,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