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Rocking around the clock: music televison, postmodernism and consumer culture)

문화 연구 시각에서 본 뮤직 비디오
이 책은 음악 텔레비전, 즉 MTV를 통해 존재하는 제도로서의 록 비디오에 관한 것이다. 저명한 페미니즘 영화 이론가 앤 카플란은 뮤직 비디오가 영화와는 달리 분열된 주체를 구성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며, 이 분열된 주체는 끊임없이 유예되는 욕구 충족에의 약속 때문에 계속적인 소비를 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뮤직 비디오가 후기 자본주의 소비 문화의 하나의 상징적 기표로까지 상승하게 된 배경에는 그것이 가진 새로운 주체 구성의 작동 방식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영화 이론가답게 라캉류의 정신분석학의 틀을 원용하여 뮤직 비디오가 관객, 즉 시청자에게 언표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텔레비전 장치에 의존하는 뮤직 비디오는 탈중심화된 시청자를 구성한다. 그것은 영화 장치에서처럼 이상적인 이미지와의 환영적인 동일시를 가능하게 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시청자를 분열된 주체성을 발견하는 순간에 얽매이게 한다. 때문에 우리는 거의 항상 불가능한 욕구 충족을 향해 소비에의 욕구에 빠진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프레드릭 제임슨 등의 비판에 기본적으로는 동의하나 그것이 낡은 관념을 폐기하는 데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섹슈얼리티의 재현이라는 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는데, 관습적인 성 역할의 해체는 여성 이미지의 새로운 구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마돈나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 E. Ann Kaplan, Rocking around the clock: music television, postmodernism and consumer culture(Routledge, 1987).

뮤직 비디오를 통해 본 대중 문화

뮤직 비디오들은 서구문화사에서 그 역사적 특성을 소멸시키면서 마음대로 여기저기서 뽑아와 일종의 쓰레기더미를 창조하고 있다. 1981년 WASEC(원아멕스 위성 엔터테인먼트사, 최근 바이어컴 인터내셔나렝서 매입)의 부사장 로버트 피트먼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24시간 내내 뮤직비디오만 틀면 어떨까? 그리고 그는 감히 이것을 실행에 옮겼으니 이제 비로소 획기적인 발상의 전화(엔터테인먼트와 판매고를 구분할 수 없게 하는 비디오의 영역과 결합한 로큰롤! 또는 광고와 대중문화 텍스트 사이에 위치하는 전대미문의 결과물) MTV 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 이전까지 록 비디오란 심야 TV 프로그램에 방송되는 공연 실황 녹화나 소수의 홍보용 테이프에 불과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홍보를 목적으로 한 록 프로모션으로서의 시작과 길어야 4분 남짓에 이르는 길이, 광고와 함께 24시간 편성으로 구조화된 노래-이미지 포맷 (따라서 MTV에서 뮤직 비디오를 볼 때 그 것은 사이사이의 광고와 거의 동일하게 인지된다. 그런 의미에서 MTV는 그 자체로 거대한 광고 케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 할리두드 영화의 인용과 더불어 계속되는 약호에 대한 반란, 고급예술과 대중문화 이미지 사이의 경계 허물기, 자기반여의 해체주의적 성향, 그리고 그 놀라운 속도의 확대범위까지. MTV는 그 순간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의 격전지가 되었다. 그러니까 텔레비전 장치로부터 시작된 (학은 텔레비전 장치의 가장 극대화된 형태로서) 이것은 소비의 메커니즘으로 구현된 영원히 유예되는 충적의 욕구에 시달리는 어떤 것이다. 그것은 라깡의 패러다임으로부터 주체를 분열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나 쇼핑센터 등에서 이제는 빼놓을수 없을 정도로 영상문화의 한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한 뮤직비디오의 생산과 소비과정을 분석한 대중문화 비평서．논의의 대상은 24시간 쉴새없이 미국 전역에 위성을 통해 록 뮤직 비디오를 뱉어내는 음악유선방송 ＭＴＶ다．

저자는 기존의 영화에선 관객들이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하게 생각하며 일시적 환영에 빠지는 반면 뮤직비디오는 광고의 형식과 결합되면서 시청자들의 분열된 자아를 이용，관객을 소비 구조 속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 <중앙일보> 1996. 2. 11

뮤직 비디오의 전복성과 상업성

 이 책은 영화이론과 문화연구의 그 동안의 성과를 자유롭게 원용하면서 뮤직비디오라는 새로운 매체에서의 의미의 생산과 소비방식을 밝히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문화형식이 되어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나 쇼핑센터 같은 곳에서 이제 뮤직비디오는 빼놓을 수 없는 배경영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영상문화의 주역인 영화가 서슴없이 뮤직비디오를 지향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향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 책은 뮤직비디오에서 전복성과 상업성의 기괴한 결합이 어떻게 무의식 없는 초현실주의라 할 만한 이 시대의 새로운 의식과 만나는 지를 설명하고 있다. 영국출신의 영화이론가로 1970년대 영화이론을 페미니즘의 견지에서 비판적으로 해명하고 있는 저자는 현재 뉴욕 주립대학의 인문학연구소장으로 있다.
--- <출판저널> 1996. 2. 20